레고는 전 세계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사랑받는 글로벌 브랜드이지만, 나라별 문화적 배경과 취미 시장의 발달 정도에 따라 레고를 즐기는 방식에는 뚜렷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특히 한국과 해외, 그중에서도 AFOL(Adult Fans of LEGO) 문화가 일찍이 자리 잡은 미국과 유럽을 비교해보면, 레고를 대하는 태도, 커뮤니티 활동 방식, 인기 있는 제품 종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한국과 해외의 레고 문화를 심층적으로 비교하고, 그 특징과 주요 차이점을 살펴보겠습니다.
한국의 레고 문화
한국에서 레고는 오랫동안 '어린이 장난감' 또는 교육용 완구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성인이 레고를 가지고 노는 것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비교적 낮았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키덜트(Kidult)' 문화의 확산과 함께 어른들을 위한 취미로 레고가 급속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치열한 경쟁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30~40대 직장인들 사이에서 몰입을 통한 스트레스 해소, 창의적인 자기계발, 그리고 어린 시절의 향수를 느끼기 위한 목적으로 레고를 즐기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AFOL 문화는 비교적 최근에 성장한 만큼, 해외에 비해 개인 중심으로 발달해온 경향이 강합니다. 집에서 혼자 조립을 즐기거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다른 사람의 작품을 감상하고 자신의 작품을 공유하며 정보를 교환하는 방식이 주를 이룹니다. 오프라인 전시나 대규모 AFOL 중심의 행사, 즉 '레고 컨벤션' 같은 활동은 해외에 비해 아직 활성화 초기 단계이며, 주로 온라인 커뮤니티(네이버 카페,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나 소규모 동호회 단위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한국에서는 '레어 아이템 수집'과 '투자'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한정판, 프로모션 제품, 그리고 단종 예정인 제품을 모아 가치 상승을 기대하는 수집형 AFOL들이 적지 않으며, 레고를 단순 취미를 넘어 '투자 아이템'으로 보는 경향도 일부 존재합니다. 협소한 주거 공간 문제와 맞물려 조립보다는 미개봉 상태로 보관하거나, 조립 후 빠른 시일 내에 다시 판매하는 문화도 관찰됩니다.
최근에는 레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하면서, 꼭 AFOL 커뮤니티에 속하지 않더라도 가족 단위로 함께 레고를 즐기거나, 완성된 레고 작품을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는 문화도 늘어나고 있어 레고의 소비층과 즐기는 방식이 더욱 다양화되고 있습니다.
해외 레고 문화
해외, 특히 레고 본사가 있는 덴마크를 포함한 유럽과 일찍이 성인 취미 문화가 발달한 미국에서는 AFOL 문화가 한국보다 훨씬 일찍부터 성장해왔습니다.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성인 팬층이 형성되었고, 지금은 하나의 확고한 서브컬처 또는 주류 취미 생활로 자리 잡았습니다. '취미는 존중받아야 할 개인의 영역'이라는 인식이 강하며, 레고를 즐기는 것에 대한 거리낌이 거의 없습니다.
해외 AFOL 문화의 가장 큰 특징은 '커뮤니티 중심'이라는 점입니다. 레고 그룹의 공식적인 지원을 받는 '공식 레고 인증 사용자 그룹(RLUG, Recognized LEGO User Group)'이 전 세계 각지에 존재하며, 이들은 단순한 온라인 소통을 넘어 정기적인 오프라인 모임, 대규모 전시회, 창작 빌딩 챌린지 등을 활발하게 개최합니다. '브릭콘(BrickCon, 미국)', '브릭페어(BrickFair, 미국)', '스케일 모델 빌딩(Scale Model Building, 유럽)' 같은 대형 전시회는 수천, 수만 명의 팬이 모여 자신이 공들여 만든 초대형 창작품(MOC)을 선보이고, 다른 사람들의 작품을 감상하며 정보를 교환하는 거대한 축제와 같습니다.
또한, 해외에서는 레고를 '예술 표현의 매체'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단순히 세트를 조립하는 것을 넘어, 수십만, 수백만 개의 브릭을 활용하여 도시 전체를 재현하거나, 영화 속 상징적인 장면을 디오라마로 만들고, 추상적인 예술 작품을 구현하는 등 창의적이고 규모가 큰 작업이 활발하게 이뤄집니다. 브릭링크(BrickLink)와 같은 개별 브릭 거래 플랫폼이 활성화되어 있어 창작에 필요한 부품을 쉽게 구할 수 있는 환경도 창작 문화 발달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레고 수집 자체보다는 '창작'과 '커뮤니티 참여'를 통해 레고를 즐기는 것을 더 중시하는 문화가 상대적으로 강합니다. 물론 컬렉터도 많지만,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보다는 '무엇을 만들어내는가'에 더 큰 가치를 두는 경향이 있어, 한국과는 다른 양상을 보여줍니다.
한국과 해외 레고 문화의 주요 차이점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바탕으로 한국과 해외 레고 문화의 주요 차이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레고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과 역사: 한국은 비교적 최근에 '어른 취미'로 부상했지만, 해외(특히 미국/유럽)는 훨씬 오래전부터 성인 취미 및 서브컬처로 자리 잡았습니다.
- 취미 접근 방식: 한국은 개인적인 조립과 수집(특히 희귀 아이템)에 대한 관심이 높고, 때로는 투자 대상으로도 보기도 합니다. 해외는 창작(MOC) 활동과 커뮤니티 교류에 더 큰 비중을 두는 경향이 있습니다.
- 커뮤니티 활동 방식: 한국 AFOL은 주로 네이버 카페 등 온라인 플랫폼 중심의 소규모 교류가 활발한 반면, 해외 AFOL은 RLUG 같은 조직을 중심으로 대규모 오프라인 전시회나 모임이 활발하게 이뤄집니다.
- 레고를 바라보는 관점: 한국에서는 '취미 + 수집 + 투자'의 성격이 강하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해외에서는 '취미 + 예술 표현 + 사회적 교류'의 성격이 더 두드러집니다.
- 인기 세트 경향: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시리즈는 비슷하지만, 한국에서는 스타워즈 UCS, 모듈러 빌딩 시리즈와 같이 '전시 및 소장 가치'가 높은 대형 세트나 단종 인기 제품에 대한 수요가 특히 높은 편입니다. 해외에서는 아이디어 시리즈와 같이 팬 아이디어 기반의 독창적인 세트나, 창작에 필요한 다양한 브릭에 대한 관심도 높습니다.
이처럼 한국과 해외의 레고 문화는 역사적 배경과 사회적 인식, 즐기는 방식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하지만 두 문화 모두 레고 브릭이라는 매개를 통해 창의력을 발휘하고, 조립과 창작 과정에서 즐거움과 성취감을 느끼며,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며 행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습니다. 또한,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인해 한국과 해외 AFOL들은 서로의 작품과 정보를 공유하며 점차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문화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는 모습도 흥미롭습니다.
한국과 해외의 레고 문화는 접근 방식, 커뮤니티 활동, 레고에 대한 인식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그러나 레고를 통한 창의력 발휘와 즐거움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습니다. 이제 여러분도 한국식이든 해외식이든, 혹은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레고를 즐겨보세요! 레고의 세계는 여러분의 상상력만큼이나 무궁무진합니다.